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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설교 5 (20130317/삭개오작은교회/이훈삼목사)

 

본문 : 누가 4:9~13

제목 : 거절하기엔 너무 달콤한…!

 

 

1. 내가 살인범이다!

 

1) 요즘 가장 유명한(?) 연예인 - 박시후 주연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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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5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 15년이 끝났을 때,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공개 사죄하는 범인 박시후.

그는 뛰어난 외모에 깍듯한 예의를 지니고 자신의 살인행각을 자세히 묘사한 책을 발간하여 이것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 수익금 수십억 원 전액을 유족들에게 돌려주고자 한다.

언론은 이 특종을 확대 재생산하고 연쇄살인범은 하루아침에 잔인한 범인이 아니라, 국민적 영웅이 된다.

      2.jpg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이 진범이고 지금 나오는 범인은 가짜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누가 진범이냐를 놓고 생방송까지 진행된다.

 

3) 이 영화의 재미는 반전(反轉)에 있었다. 영화 중반부까지 얄밉게 행동하는 범인이 진범이 아니었다는 것과 그 모든 것이 진범을 유인하기 위해 잘 짜 놓은 덫이었다는 것이다.

 

4) 15년 동안 철저하게 자신을 은폐하면서 살던 진범을 실제 공소시효 직전에 공개석상으로 끌어낸 동기는 범인이 지니고 있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포인트다.

 

 

2. 악마의 유혹 - 네가 메시아인 것을 드러내!

 

1) 배고픔(경제)의 욕망과 힘(권력)에의 의지로 유혹하던 악마는 두 시험 모두 실패하자 마지막으로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로 데리고 간다.

누가복음은 마태복음의 순서를 바꾸어서 성전에서의 유혹을 마지막에 배치했다. 마태복음은 광야-성전-광야의 순서였는데, 누가는 광야-광야-성전으로 순서를 바꾸어 최후의 유혹을 거룩한 예루살렘 성전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설정해 놓았다.

 

      3.jpg    보티첼리, 그리스도의 유혹(부분), 1482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2)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성전 꼭대기에 뛰어내려라. 그러면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어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실 것이다.

이 놀라운 기적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예수님의 사역에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사렛 예수가 누구인가? 예루살렘에서 한참 떨어진 갈릴리 촌구석에서 태어나고 자란 예수는 아버지는 목수였다가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 홀로 예수를 키웠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별로 없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런 예수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다?

- 명성, 돈, 조직, 이념…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다.

 

3) 이 모든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 대중을 사로잡는 것이다.

대중이 곧 힘이다. 사람 숫자가 곧 권력인 현대 민주주의에서 이러한 포퓰리즘은 더욱더 매력적이다. 예수님 당대는 기적을 요구하고 시대 - 기적이 그의 신분을 보장하고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시대다. 능력이 없어 못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데, 하면 선한 목적을 이루는데 훨씬 효과적인데, 할까 말까? 이 갈등이 예수님의 전 생애에 걸쳐 그림자처럼 따라 붙어 다녔던 유혹이었다. 그까짓 대중의 인기, 명성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그건 참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가만히 우리 자신과 사회를 들여다보면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치명적인 유혹임을 깨닫게 된다.

 

4) 예수님은 공생애 동안 많은 기적을 베푸셨지만 함구령을 내렸다.

가난한 사람들,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 운동의 중요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주님은 이러한 기적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함구명령을 내리신다.

귀신을 내쫓은 후 귀신들에게도 입 닫으라 하신다(마가 (1:34. cf. 1:23-25, 3:11-12, 5:2-19, 9:20). 뿐만 아니라 베드로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자, 자기가 그리스도임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한다(8:30). 그리고 변화산에서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고 경고한다(9:9).

신학적으로는 메시아비밀(브레데)이라고 설명하지만, 왜 주님은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셨을까?

 

 

3. 바리새파와 예각적인 충돌

 

      4.jpg

  

1) 예수님 당시 바리새파는 그리 나쁜 놈들은 아니었다. 사두개파는 성전 관리를 책임지고 로마와 결탁하여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바리새파는 경전을 중시하고 일반 백성들을 상대로 회당과 거리에서 신앙을 가르치는 실질적인 유대교의 중심축이었다. 어찌 보면 예수님과 잘 맞을 것도 같은데, 사실은 가는 곳곳마다 주님은 바리새파와 충돌한다. 평화와 관용을 가르치신 예수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사실이다. 세리나 창녀들도 용서하신 예수님은 왜 유독 바리새파에게는 이렇게 엄격하셨을까?

 

2) 바리새파는 예수님을 향해 기적-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증거-을 요구했다(마가 8장).

주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증거를 요구하는 그 시대를 향해 탄식하신다. 그리고 단호히 선언하신다. 이 시대에 보여줄 징조는 하나도 없다고!

또한 금식하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지나칠 정도로 힐난하신다(마태 6:16~). 요점은 금식은 하나님을 향해 애끓는 마음으로 표시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인데, 바리새인들은 오히려 금식이라는 도구를 통해 하나님보다도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고 표시하기 위한 행위라는 비판이다.

주님은 평생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고자 하는 근원적 욕망과 싸워야 했다. 그것이 자신의 유익이 아니라 공적 업무를 위한 것이라 해도, 바리새인처럼 그러한 대의가 언제나 자신의 욕망으로 전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신다.

우리는 이 음성을 잘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유혹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근원적 유혹이며, 오늘 우리도 이것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4. 바벨탑과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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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뤼겔, 바벨탑, 1563년, 빈 미술사 미술관

 

1) 역사 이전 인간의 근본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는 창세기 이야기 중 바벨탑 사건의 본질은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까지 쌓아 이름을 날리자는 것이었다. 역사 이전부터 인간의 근본적인 본성에서 우리를 유혹해 온 ‘나를 드러내라!’는 유혹은 매우 집요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특별히 신앙인들에게는 더욱 더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악마는 주님을 종교의 최고 성지인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에서 이 유혹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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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대 교황 프란체스코

 

2) 3월 13일 제266대 교황이 새로 선출되었다. 처음으로 유럽의 식민지였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추기경이 교황이 되었다. 다행히도 이번 교황은 청빈과 겸손을 추구하는 분이라 기대가 많고 즉위명도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라고 했다. 서양 중세 천년 동안 교황으로 대변되는 교회의 권위는 하늘을 찔렀고 그것은 곧 타락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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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 시나이산 부근에 세워진 성 캐더린 수도원

 

사실 서양 중세 기독교 역사를 지탱해 온 것은 수도원이었다. 수도원은 모든 세속적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 세상을 등지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산 것이다. 세상을 등질 수 없는 기독교, 세상 속으로 끊임없이 돌진하여 세상을 정화하고 구원해야 할 기독교는 반대로 항상 세상에 물들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유혹에 경종을 울려주고 세속화되는 교회에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수도원의 역할이었다. 사두개인들과 바리새인들에 맞섰던 예수 운동은 광야-수도원 전통을 통해 이어졌다.

 

3) 카톨릭보다 훨씬 개인의 세속적 삶에 밀착되어 있는 개신교 신앙은 늘 세속적 욕망에 물들고 타협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도원이 중요하다. 개신교 수도원은 기도원이었다. 문제는 기도원은 중세의 수도원이 지녔던 청빈, 무명, 봉사, 섬김의 자세를 현저히 상실했다는 점이다. 기도원은 철야, 통성 기도 등 뜨거운 기도와 치유의 기적은 있었지만, 그것을 하나님 앞에서 침잠시키는 과정이 없었다. 이 치명적 약점 앞에 나타난 것은 몇 몇 스타 부흥사의 능력과 명성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개신교 성직자들에게 빠르게 퍼져 나갔고 이제는 누가 시비를 걸 수도 없게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가 바로 한국 개신교가 무너져 내리는 지점이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자기 드러내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한국 교회의 치부는 사실 이 명예욕에 집약되어 있다. 어느 교단은 감독회장 직을 가지고 4년 이상 싸우고 있다. 어디나 교단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쓴다. 이해할 만 한 돈도 있지만, 교인들의 헌금을 천문학적인 액수로 쓰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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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성회 조직표에는 회장, 공동회장, 대표회장, 상임대표회장 등등 수십 명이 올라온다. 그래서 정작 누가 대표인지 헷갈린다. NCC는 그냥 간단하다. 각 교단 총회장들이 1년씩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다. 나머지는 부회장이다. 교단 총무들이 모여서 정한다.

어느 기독교 연합단체는 이 회장 문제로 해마다 싸우고, 엄청난 돈이 뿌려진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안 무너지면 하나님이 살아계시지 않는 것일 거다.

 

 

5. 예수님의 유혹은 우리 모두의 유혹이다.

 

  9.jpg     

 

4대강 논란이 한창일 때 조계종과 함께 중재를 시도한 적이 있다.

회의 마치고 도법 스님과 나오는 길에 우연히 한겨레신문 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사실은 불교계가 이명박 정부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정부와 여당인사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현수막이 초점이었다.

그럼에도 신문에 나온 것이 나쁘지 않았다.

 

1) 나를 드러내는 것은 사실 기분 좋은 일이다. 언론에 내 이름이나 사진이 난다든지, 방송에 출연한다든지 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어디를 가는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보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면 내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 것 같다. 어깨가 으쓱해지고 존재감이 올라간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기분 좋기에 그 유혹은 거절하기엔 너무 달콤하다.

오늘의 한국 교회는 이 거절하기엔 너무 달콤한 유혹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특히 교계 지도자들이 그렇고, 한국 교회 전반적으로 이것을 치명적인 유혹으로 경계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너도나도 다 그러니까! 그만큼 중병에 걸린 것이다.

 

2) 현대는 자기 홍보 시대라고 하면서 정당화한다.

사진을 원래 누가 나를 찍어주는 것인데 이제는 셀카가 대세다. 내가 나를 찍어서 알린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나 자기의 행적을 공개한다. 그것도 참 부지런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기 과시용으로 SNS를 이용하는 것 같다. 나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 - 거기에 친구들이 좋아요 해주고, 댓글 달아주어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사회가 된 것이다. 나도 페북이나 카스에 가끔 글을 올린다. 새 시대에 타인과 소통하는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방법이지만, 이것이 일상이 되면 곧 여기에 자신의 활동과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 생각도 안하는 사람처럼 취급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세상은, 역사는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심함,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도 성실하게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통해서 더욱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6. 어떻게 우리는 나를 드러내고 싶은 이 달콤한 유혹을 극복할 수 있을까?

 

뾰족한 답은 없다. 태초의 인간으로부터 예수님 시대도, 그 이후의 기독교 2천년 동안 씨름해온, 그리고 앞으로도 모든 인간이 맞서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백한 답은 있다. 나를 드러내는 대상을 세상 사람들에게가 아니라, 하나님께 두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삶, 그래서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도 모르게 하는 삶의 자세가 구원에 이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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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 레니,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1620년,

 

요셉은 삶의 추락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그 비밀은 요셉이 오직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이집트로 팔려왔을 때나 억울하게 누명을 썼을 때나,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을 때나,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썼다. 그것이 필요하고 충분한 행복의 비결이다.

 

정말 우리가 세상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추앙을 받으면 오히려 그가 받을 상을 이미 다 받은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정말로 믿는 삶 -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 믿음의 삶에 주님의 은총이 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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